일상

[다:독 리뷰] 아몬드

도라밀 2023. 5. 16. 01:50

■ 다양한 책, 많이 읽자 ! (다:독)
■ 내용 스포 주의




2017년에 나와 100만부 이상 팔리며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손원평의 아몬드
2023년에야 읽어보게 되었다

읽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주인공의 머리 속에 아몬드 모양으로 생긴 편도체가 고장 나, 외부의 자극에 반응을 하지 못한다는 설정이었다



주인공은 어릴적부터 외부에 대한 자극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폭도 굉장히 좁고, 이에 친구들 사이에서나 동네 어른들 사이에서 어딘가 고장난 사람 취급을 받곤 한다. 엄마는 애가 사회에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여러 학습과 연습을 시킨다.

정상적이고 평범하게 살길 바라는 어머니지만 실상 주인공의 고민처럼...정상이 무엇인지 뭘 기준으로 삼을지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공감을 못하는 주인공에게 공감했다. 사회에서 범죄라고 분류해놓은 틀 밖에 산다고 해서 바로 정상적인 테두리로 들어가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예전에 친구가 나한테 했던 말도 생각났다. 괜찮은 대학교 졸업 잘하고, 취업도 잘 하고, 대학교때는 대학생 연애를, 취업하고는 직장인 연애를 하는게 딱 정석대로 사는 것 같아 부럽다고. 사회에서 인정받는 궤도 안에 올라가야한다는 강박감과 내 성향이 합쳐져서 만들어낸 결과는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기엔 나름 '정상적'인 범주일 수 있다는건데, 반면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게 과연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비정상이라는 건 아닌데 어쨌든 그것조차 알 수 없다.

어머니의 정상은 세상 사람들한테 비난 받지 않고 묻혀서 살아갈 수 있는 정상이고, 주인공의 정상은 알고 있어도 모른척하고 종종 외면하고 본인의 마음은 숨기면서 진짜가 아닌 것처럼 살지 않는 것 아닐까


공감능력이 없다고 비정상 취급을 받는 주인공이 하는 행동들은 머리가 시켜서 하는 행동들이지만, 결과는 같을 때가 있다


나 또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을 위해 여러가지 질문을 하고, 일상을 공유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었다. 10가지 얘기를 하다보면 그 중 1개 정도는 아주 중요한 얘기가 나오는데, 그런 것들이 모이고 모여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 같다. 얘기하지 않으면 내가 모르는 새 사라질 것들이


우정을 알게 해 준 곤이. 사고뭉치 타이틀을 가지고 전학을 왔으나 거의 매일 주인공의 책방에 들러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게 된다


사랑을 돌덩이로 표현한 건 재밌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건 의미를 잃는다.
이건 약간 위로가 됐던 문장
내가 한 선택들에 대한 후회를 30프로정도 없애줬달까.
70프로는 없앨 수 없는 내 몫 같기도


근데 그런 생각도 했다 사람들 모두 일관적으로 어떤 얘기에 반응하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 그러면 뭐하러 어떤 문제가 생기면 a를, 어떤 마음이 생기면 b를, 어떻게 하고 싶을 땐 c를 찾냔 말이지...다 똑같은 얘기만 한다 가정했을 때 말이다. 그치만 주인공은 아픈 설정이고 엄마는 사회의 범주에 주인공을 올리고 싶어했으니 이해되는 부분이었다.

약간 진부하긴 한데 결국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 주인공과, 다시 머리 검사를 해보자는 심박사, 그리고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주인공을 마주하는 엄마로 마무리된다. 감정을 느끼고 구역질이 났다니 꽤나 현실적이다. 감정들은 실체는 없지만 사람을 살게 하기도 울게 하기도 절망 끝에 버려두기도 하니까 말이다. 언젠가 엄마가 그런말을 했다. 80살 넘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면 젊을 때 느끼던 것 만큼 감정이 크게 생기진 않을거라고. 그 당시의 나는 나또한 그러길 바랬다. 하지만 주인공 윤재는 결국 감정을 느끼고 친구를 사귀고 사랑을 시작하고, 거기서 얻는 감정들로 살아갈 원동력을 찾기도 할 거였다. 그리고 그것 또한 우리의 모습이 될 것이다. 마무리는 진부했으나 그 진부한 결론이 만족을 줬던 책. 한번쯤은 읽어볼 만 하고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찾아보고 싶게끔 하는 책이었다.